8/6/08

보행기

살아가면서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것 만큼 복 받은 일이 있을까.
40등 성적표를 들고와도 언젠가는 1등을 할 수 있다는 걸 믿어줬다.  
대입을 보기 좋게 실패했을때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 했다. 
본인은 가슴이 내려 앉을 듯 걱정됐을지 모르나 나는 아직도 그가 얼마만큼 속이 상했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본 모습은 인자한 웃음 뒤에 강한 신뢰였으니까. 

내 편이 없어진 어느 날인가 나는 그 힘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가 없는 세상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이 길이라고 해도 무조건 믿어주는 후원자가 없어 가슴이 먹먹해졌던 때가 꽤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저앉고 싶었을텐데 그  기억들이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었겠지. 온 세상이 아니라고 해도 한 사람 내편.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정작 내가 얼마만큼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는지 생각해 보니 멍해졌다. 열심히만 해내는 삶이 나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나는 나를 힘들게만 했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법이 익숙해지면 그때는 너도 더 사랑할 수 있겠지. 

보행기가 없어도 혼자 걷는 법을 알게 해주는 세상이 쓰지만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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