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12

숨말하기

국어사전에는 이미 ‘외롭게 말하다’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다. 한자로는 ‘獨語하다’, 우리말로는 ‘혼잣말하다’이다. 이 단어는 듣는 사람이 없는데도 뭔가를 계속 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동사다. 하지만 내가 귀를 기울이든 기울이지 않든 뭔가를 계속 말씀하시는 부모님을 떠올리면, 그 분들은 독어하거나 혼잣말하시는 게 결코 아니다. 상대방에게 가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쨌든 계속 얘기하는 것이다. 이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서 중얼거리는 행위와는 구별되리라. 그러니 ‘그게 가 닿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되는 말하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따로 만드는 게 좋겠다. 내가 국어학자는 아니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숨말하다’라고 짓고 싶다. ‘숨말하다’는 ‘숨쉬다’처럼 모든 사람에게 일생동안 총량이 정해진 말하기를 뜻한다. 이건 소통 이전의 생존 자체를 위한 말하기다. 식당에서 손을 들어 “여기 냉면 2인분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위다. 어떤 숨말하기는 상대방에게 가닿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진심으로 두 사람은 소통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숨말하기는 말하는 사람으로서는 말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말하는 말하기다. 그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언어들. 하지만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그건 개인적인 말들이어서 듣는 사람은, 설사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숨말하기는 혼잣말하기보다 훨씬 더 외롭다. 그건 어떤 심연 앞에서 말하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게 심연이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가까운 사이인데도 난 당신을 몰라요. 당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요. 그러니 한 번 더 말해주세요. 그 말에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기 시작하면, 설사 그 말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한 번 더 실패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한 번 더 말하고 내가 한 번 더 들을 수 있다면, 관계는 지속될 수 있으리라. 그러니 우리 사이를 유지하는 건 막힘이 없는 소통이 아니라 그저 행위들, 말하는 행위, 그리고 듣는 행위들일지도 모른다.

- 김연수 '숨말'

5/11/12

"두려움이 늘 우릴 구하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단 한 번이라도 두려움을 느끼지 말아야 할 순간을 선택해야 하죠."

5/9/12

Again, Rilke

“It seems to me that almost all our sadnesses are moments of tension, which we feel as paralysis because we no longer hear our astonished emotions living. Because we are alone with the unfamiliar presence that has entered us; because everything we trust and are used to is for a moment taken away from us; because we stand in the midst of a transition where we cannot remain standing. That is why the sadness passes: the new presence inside us, the presence that has been added, has entered our heart, has gone into its innermost chamber and is no longer even there, - is already in our bloodstream. And we don't know what it was. We could easily be made to believe that nothing happened, and yet we have changed, as a house that a guest has entered changes. We can't say who has come, perhaps we will never know, but many signs indicate that the future enters us in this way in order to be transformed in us, long before it happens. And that is why it is so important to be solitary and attentive when one is sad: because the seemingly uneventful and motionless moment when our future steps into us is so much closer to life than that other loud and accidental point of time when it happens to us as if from outside. The quieter we are, the more patient and open we are in our sadnesses, the more deeply and serenely the new presence can enter us, and the more we can make it our own, the more it becomes our fate.”


-Rainer Maria Rilke 

5/8/12

Green sleeves

밤지새우다